삼각김밥이 사라졌다 — CU 사태, 누가 피해를 떠안고 있나
2026.04.22 | 사회·경제 | #CU편의점 #화물연대 #노란봉투법 #물류대란
📌 무슨 일이 있었나
편의점 CU에서 삼각김밥, 도시락이 자취를 감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텅 빈 간편식 매대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원인은 화물연대 파업이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 지회가 이달 5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화성·안성·진주·원주 등지의 CU 물류센터와 삼각김밥·도시락을 생산하는 충북 진천 BGF푸드 공장, 강원 '푸드플래닛'이 봉쇄됐다. 간편식 생산과 공급이 동시에 막힌 것이다.
피해 매장은 현재 전국 약 2,000여 개. CU가맹점주연합회에 따르면 기존 매출의 최대 30%가량이 손실됐다. 경기 평택의 한 매장은 하루 평균 매출이 약 25만 원 줄었고, 팽성에선 한 달 전보다 70만 원 이상 감소한 점포도 나왔다. 간편식뿐 아니라 음료, 주류, 생필품 입고까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본사와 가맹점이 입은 피해액은 이미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 사람이 죽었다
이 사태를 단순한 물류 차질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지난 4월 20일,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화물차와 집회 참가자가 충돌해 노조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운전자에게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파업 현장이 유혈사태로 번진 것이다.
BGF리테일은 "예상치 못한 일로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고, 물류 계열사 BGF로지스 대표가 현장에 내려가 수습을 맡고 있다.
📌 노란봉투법, 그리고 유통업계의 공포
이번 사태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본격적으로 터진 첫 번째 대형 충돌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부여한다. 화물연대는 이를 근거로 원청인 BGF리테일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는 노란봉투법과 직접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2022년 하이트진로 총파업 당시 화물연대가 6개월의 물류 봉쇄 끝에 요구안을 관철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이었음에도 원청이 결국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CU에서 원청이 나서 합의한다면, 쿠팡·이마트·롯데마트 등 다른 유통사들도 똑같은 방식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유통 채널이 물류 시스템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CU만의 문제가 아니다.
📌 정작 가장 큰 피해는 점주들이
아이러니한 것은 이 싸움의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은 노사 협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가맹점주들이라는 점이다.
점주 모임 커뮤니티에는 "발주 가능한 간편식 품목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새벽에 와야 할 상온 제품은 오지도 않고 아르바이트생은 새벽부터 전화 온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가맹점주연합회 회장은 "죄 없는 소상공인 점주들을 볼모로 삼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개인적인 생각
이 뉴스를 읽으면서 여러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우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교섭권을 요구하고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것 자체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화물 운송 기사들이 하청 구조 속에서 오랫동안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억울함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닌 만큼, 파업 자체를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물류센터를 봉쇄해 간편식 생산 공장을 멈추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가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협상 당사자도 아닌 소상공인들이 하루 매출 70만 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건, 아무리 정당한 투쟁이라도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진주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노조원이든 대체 운전자든, 이 싸움에서 생명이 희생됐다는 사실 앞에서 '누가 옳고 그르냐'는 논쟁이 잠시 무색해진다.
노란봉투법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한다.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는 현실에서, 또 다른 약자인 소상공인 점주들이 그 법의 '과도기 희생양'이 된다면, 이 법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묻게 된다. 입법 취지가 아무리 선해도, 제도적 보완 없이 서로 다른 약자들이 충돌하게 내버려두는 건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